2010. 3. 28. 00:33 ANN/Profile

장현정입니다~

오랜만입니다~!
예전에 Ann 할 때 노래하던 장현정입니다.

이상하게 타이프를 치고 있는 데 입가에 살포시 미소가 지어지네요, 후훗~
아... 일단 멤버들은 물론 관심 가지고 한 번씩 들러주시는 분들께 참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.
가끔 들러 멤버들이나 다른 분들 올려놓은 글 읽으며 키득대거나 이런저런 생각도 하곤 했지만... 진즉 올렸어야 할 글을 이렇게 늦게 올리게 되네요~ 다시 한 번 죄소옹ㅠㅠ


아시다시피 작년 우연한 기회에 말이 나온 뒤로, 그 간 각자 일 때문에 자주 보지 못하던 멤버들과 다시 어울려 옛 이야기(대개는 멍청한 짓 퍼레이드 추억담이죠,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얘기들^^) 도 하고, 올드한 스타일이지만 우리끼린 배잡고 뒹구는 썰렁한 농담도 하고, 편한 맘으로 소주잔도 기울이고 하는 시간이 최근 몇 번 있었습니다. 간만에 참 에너지를 주는 시간이더군요.
물론 저만 부산에 있는 관계로 한번씩 만나서 보내는 시간이 다른 멤버들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할 겁니다.

거두절미하고, 지난 주 금,토,일 2박 3일 일정으로 성훈의 집에서 이른바 가녹음이란 걸 대충 해보고 늦은 시간까지 얘기나누고 내려왔습니다. 요 밑에 이미 대우가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려두었죠. 당시 저는 바깥 거실에서 컴 앞에 앉아 바쁘게 글을 올리는 대우의 열정어린 모습을 취한 눈으로 바라보며... 아, 이 시간에... 졸라 열심이구나... 하며 반성하고 있었습니다. 한 손엔 캔맥주를 든 채...

암튼,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.
그 중에서도 첫번째는 제가 참 많이 무겁고 진지해졌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. 절대 좋은 얘기가 아니고요ㅠㅠ
재기발랄함, 가벼움, 일상, 키득거림, 비아냥거림... 등등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했던 그 유쾌한 기운들을 새삼 멤버들과 같이 있는 짧은 시간 동안 다시 느끼고, 혼자가 되어 부산으로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, 아아.. 이번에 써가지고 올라온 가사는 다 다시 써야겠다,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니 이후 꼬리에 꼬리를 물며 별 잡생각이 다 드는 겁니다. 나름 잘 웃고 까불고 장난 잘 치며 이 나이까지 왔다고 생각했는데 멤버들과 함께 보낸 시간 동안 저는 왠지 꼰대처럼 느껴지더란 말입니다. 크윽...

그런 깨달음의 소산인지, 바로 다음 날이었던 월요일 창원대에서 강의할 때는, 훨씬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게 된 것 같은 혼자만의 착각을 하기도 했지요~ㅎㅎ


저는 밴드가 해체된 뒤로 그 간 부산에서 살며 사회학을 공부했습니다. 결혼도 해서 애도 둘이나 낳고...('좋겠구나', 혹은 '좆됐구나' 의 상반된 반응들이 벌써 느껴집니다만 어쨌든^^)

지금은 창원대, 울산대에서 문화, 예술 관련 사회학 강의를 하는 비정규직 시간강사이면서 지역이란 화두를 잡고 여러 대외활동들에 참여하고 있기도 합니다. 한국은 정말, 서울 벗어나면 열 받는 일 너무 많은 사회거든요. 그나마 부산은 다른 지역보단 좀 나은 편이지만... (근데, 개인적으로 전 서울 가면 열 받는 일 더 많은데, 뭐 그런 얘기는 차차 할 기회가 있을 듯 하고요, 무엇보다 걸어서 5분만 가면 볼 수 있는 바다가 있어 부산을 떠나고 싶지가 않은 거죠. 사투리 진하게 쓰고 사회적으론 별로 성공 못해 아직도 애들처럼 구는 귀여운 친구녀석들도 중요한 이유이고... 뭐 어쨌든...)

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희가 2집 작업하던 90년대 말, 2000년대 초쯤 여러 사정으로 Ann 이 해제됐었죠. 제가 잘못한 일도 상당 부분 있었던 것 같고요.. (그렇지만 제 잘못에 관한 거니 그 얘기는 이쯤하고요,, 후후후..) 우연한 기회에 저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사회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.
밴드할 때도 가사를 잘 쓰고 싶단 생각에 가끔 철학이나 인문학 책을 뒤적이긴 했습니다만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고, 그것보다 큰 이유는 당시 갑자기 부산에 내려온 저를 부모님께서 꽤 걱정하시더군요. 그런데 학교는 다른 일을 하면서 눈치보지 않을 수 있는 방패같은 구실도 하죠. 당연히 첨엔 학교에 애정을 붙이지 못하고 교수나 선배들을 같잖게 보기도 하는 건방을 떨며 혼자 소설이나 곡을 쓰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지냈습니다.

하지만 어느 분야나 맘 통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더군요. 좋은 스승을 만나고 좋은 선후배를 만나 함께 토론하고 뭐 해보자고 확 덤볐다가 자포자기하고 우린 안돼, 를 들먹이는 시간도 몇 번 거치면서 조금씩 새로운 세계에도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. 공부가 재밌어지더란 재수없는 소리를 하려는 거죠,,,(아.. 맘이 무거워진다...)

암튼, 나름 열심히 해서 2004년 2월에 인디밴드 관련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죠. 그리고 또 다시 우연한 사정으로(그렇지만, 좀 살아봤더니 우연과 필연이 뭐가 다른 지 아직도 헷갈리네요~) 오래 사귀어 온 착해빠진 여친과 결혼을 하게 되면서 학원, 방송작가 등 이런저런 생활전선에서 길게는 석 달, 짧게는 3주 정도 헤매면서 3년을 보냈습니다. 그 사이 말 안 들어 더 귀여운 첫 2세를 낳기도 했고요~ㅎ

2007년에 박사과정에 진학했습니다. 석사 마치고 공부는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는데 또 여러 사정이 있었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연구비가 지원된다는 것과 몇몇 교수의 추천때문이었습니다. 해보니 또 혼자 공부하는 것과는 다르게 배울 점이 많더군요. 나름 딴 생각 안 하고 열심히 보낸 2년이었다고 생각합니다. 또 그렇게 몇 년을 공부하는 동안 더 삐딱하고, 더 대담하게 살아볼 수 있는 자각과 용기를 얻기도 했죠. (말하자면, 어? 씨바 이거 별 거 아니잖아.. 그냥 하던 대로 해도 되겠네... 뭐 그런...)

그리고 2009년 2월에 수료한 뒤, 곧바로 '호밀밭' 이란 이름의 출판사를 만들어버렸습니다.^^ 뭔가 막 해보고 싶었던 참인데다 애들 크면 진짜 아무 것도 못 할 거 같다는 더러운 예감 때문이기도 했죠.
현재는 지난 1년 간 2종의 책을 출간한 상태고, 올해는 4~5종의 책을 더 출간할 계획 중이죠...



사실, 이쯤에서 눈치채셨겠지만 그래서 강의니, 사업이니, 지역활동이니 하며 돈은 안되는 데 매일 개같이 바쁜 생활을 하는 중입니다. 그런데 거기에 밴드라고?? 개인적으로도 첨엔 그런 생각이 들었죠. 내가 너무 욕심내는 거 아닐까...

하지만 우선 고맙게도 부산에 있는 저를 멤버들이 많이 생각해주는 편입니다. 왔다갔다 차비에 시간에 암튼 네가 고생이 많다,,, 그러면서 재미없는 농담을 해도 웃어주려고 애쓰는 식이랄까... 게다가 음악을 다시 할 거라 생각한 적 없기에 늘 구닥다리 음악만 들어온 덕분에 감도 많이 떨어지는 편인데 상당 부분 믿어주네요... (도대체 무슨 심산이지? 하고 생각했지만 나가라고 할까봐 겉으론 표현 못했습니다~켁...)

곡 작업은 앤 해체 이후에도 나날이 갈고 닦으며 음악을 계속 해 온 한국 최고의 뮤지시얀들인 성훈, 희찬, 만두 형 등 3명이 각자의 곡을 가지고 나와 진두지휘하면 나머지 멤버들이 받쳐주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. 가사는 1집에서도 <오후의 냄새> 나 <무기력 대폭발> 같은 곡에서 독특한 감수성으로 중무장한 채 도대체 드러머가 쓴 가사라곤 생각하지 못할 만큼 섬세하고 일상적인 가사를 선보임으로써 아예 드러머에 대한 편견 자체를 전도시키려던 대우의 역할이 커질 듯 합니다. (물론 그 야심찬 시도가 꼭 성공했던 건 아니지만...대우는 늘 말했죠, 보컬리스트, 기타리스트, 베이시스트인데 왜 드럼만 드러머냐고... 왜 간지나는 -ist 다 붙이면서 드럼만 추노처럼 -er 냐고... 그런 멘트를 할 때의 대우를 보면 꼭 한창 때의 잭 데라로차처럼 분노에 가득합니다~)

암튼 드리고 싶은 말씀은,,
저도 물론 어쩔 수 없이(?) 가사와 부분적인 송멜로디 정도엔 참여하겠지만, 거의 이번 앨범 작업은 다른 멤버들의 전적인 헌신과 고생 위에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.
흔한 말로, 제 입장에선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면 되는 거죠. (하지만 이것도 의외로 부담이 크답니다. 좋은 곡들을 아무런 이해없이 망쳐놓을 소지가 크기에...)
여하튼, 그런 이유로 참 고맙기도 하고, 저도 최대한 멤버들의 의도를 파악해 제가 가진 능력을 총동원하여 그 의도에 부합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.




예...
주절주절 떠드는 동안, 그만 썰이 길어졌네요ㅠㅠ

자주 들러서 이런저런 얘기 올릴게요.
밴드 다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계기로 무엇보다 소중한 시기를 함께 했던 옛 동료들과 일상적으로 소통하고 만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는 점이 저에겐 더 중요한 지도 모르겠습니다.

더불어,
조금이나마 저희 옛 활동을 좋게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면, 그 분들과의 만남도 너무 중요하죠. (어쨌든 개인적으로 알든 모르든 우리는 동시대에 어떤 감성을 함께 공유한 경험을 가진 소중한 친구들 아닐까,,, 뭐 그런 생각도 들고요~)

다시 글 올리겠습니다.
첫 글 치곤 중언부언, 횡설수설, 엉망진창이지만...
앞으로의 글도 별 다를 바는 없을 것이란 확신이 드네요... 켁~

요즘, 3월인데 날씨는 참 짖궂습니다.
춘래불사춘(春來不似春)이라더니, 봄은 왔지만 봄이 아니랄까요...
사회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기분 나쁩니다.
암튼...
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화창하고 기분좋은 시간들로 가득하시기 바래요~
뭐든, 화이팅하시구요!!



p.s
지난 해, 제 출판사 호밀밭에서 첫 책으로 발간한 <소년의 철학>이
"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회가 선정한 2010 추천도서" '청소년 인문.사회' 분야에 선정됐네요^^
작년 7월 발간 이후 인터넷서점 반디앤루니스의 '오늘의 책' 에 선정되는 등 여기저기서 분에 넘치는 좋은 평을 받긴 했습니다만 확실히 이번 추천은 판매에도 눈에 띄게 도움이 되고 있네요.

참고로 학교도서관저널이란 잡지는 이번 달에 창간한 잡지인데 여러 모로 한국 출판계에 영향력 있는 잡지가 될 것 같습니다. 오랜 준비 끝에 이 잡지를 만들어 낸 구성원들이, 대표인 한기호씨부터 아무튼 든든하네요... 제 책이라 이런 얘기 드리기가 좀 쑥스럽긴 하지만, 혹 시간나면 한 번쯤 관심가져주시구요~ 앞으로도 종종 출판사 관련 홍보도 하게 될 듯 합니다... 밉지 않게 보아주시길~~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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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           <소년의 철학> / 장현정 지음/ 호밀밭/ 2009년 7월 8일/ 316p/ 12,000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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